개요 ¶
역사 ¶
1908년 캠브릿지 대학의 유전학 교수였던 펀넷(Reginald Punnett. Punnett Square의 그 펀넷)은 멘델의 유전 법칙을 강의를 하던 중 한 학생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학생: "교수님, 육손이가 우성형질이잖아요. 그리고 열성이랑 우성 유전자 다 가진 개체는 우성형질이 발현되잖아요. 그럼, 부모세대보다 자식세대에서 육손이가 늘어야 하는 것 아님? 그렇게 다음 세대로 갈 때마다 육손이가 늘면 육손이가 세상 정복해야 되야 되는 거 아님?"
펀넷: 어...(왜 끝에 가서는 반말이냐?)
펀넷: 어...(왜 끝에 가서는 반말이냐?)
펀넷은 경험상 이 말이 틀렸다는 걸 알았지만, 왜 그런지는 그 자리에서 설명하지 못했다[1].
얼마 뒤 펀넷은 친구인 수학자 하디(G. H. Hardy)와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다. 그때 이 이야기를 꺼내 봤는데 갑자기 하디가 냅킨 위에 수식 몇 개 적어주곤 "그건 이렇게 풀면 되잖냐. 중학생도 풀겠다." 라고 하는 게 아닌가?
깜놀한 펀넷은 하디에게 당장 이것을 논문으로 발표하라고 했지만 순수 수학자였던 하디는[2] 자기 전공분야도 아닌 생물학의 '너무 쉬운 문제' 하나 푼 것 가지고 논문을 쓴다는 것에 거부감을 보였다.[3] 그러나 결국 친구 등쌀에 못 이긴 하디는 A4 반절쯤 되는 논문을 작성하여 학술지에 실었다. 그런데 이 'A4 반절쯤 되는 너무 쉬운 문제'를 정리한 논문은 훗날에 유전학의 F=ma 라고 불리게 되었다.
슬프게도 하디는 이거말고 크게 알려진게 없다... 수학자가 수학계에는 발자국을 못남기고 생명과학에 큰 발자국을 남긴셈.
증명 ¶
0. 전제
- 형질 X를 결정하는 우성 유전자A와 열성 유전자a가 있다고 하자.
- 임의의 개체군의 유전자 풀(Gene Pool)[4] 안에서 이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자 A와 a의 비율은 각각 p와 q이다. 이때 p + q = 1이다.
- 아래의 설명에서 f(A).Gn 은 n번째 세대의 유전자 풀 안에서 유전자 A의 비율을 의미한다고 약속하자.
- f(A).G1 = p
- f(a).G1 = q
- p + q = 1
- 여기서 p, q라고 한 비율은 유전자 풀 안의 유전자 개수들의 비라는 점에 주목. 즉, p = (유전자 풀 안에서 유전자 A의 개수) / (유전자 풀 안에서 형질 X를 결정하는 모든 유전자(여기선 A와 a)의 총 개수)
- 어버이 세대(G1)의 교배 후 자식 세대(G2)가 태어났을 때, 형질 X에 대해 나올 수 있는 유전자형은 AA, Aa, aA, aa의 네 가지 이다.
- 개체군 안에서 각 유전자형의 비는 p^2, pq, pq, q^2 이다.
- 개체군이 멘델 집합이란 가정은 여기서 필요하다. 개체군이 충분히 크고 무작위로 교배하지 않으면 이렇게 딱 맞는 비율이 안 나온다.
- 여기서 p^2, pq, pq, q^2 라고 쓴 비율은 개체군 안에서 각 유전자 형의 비율이란 점에 주목. 즉, p^2 = 개체군 안에서 형질 X에 대한 유전자형이 AA인 개체의 수 / 총 개체 수. 위에서 말한 유전자의 개수와는 다른 것이다.
- 유전자 형이 Aa인 개체는 유전자 A를 1개, 유전자 a를 1개 가지고 있다.
- 이 개념을 이용하면 자식 세대(G2)의 유전자 풀에서 A와 a의 비를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다.
- f(A).G2 = p^2 + 2*((1/2)pq) = p(p+q) = p (∵ p + q = 1)
- f(a).G2 = 2*((1/2)pq) + q^2 = q(p+q) = q
- 위에서 유도해 보였듯,
- f(A).G1 = f(A).G2 = p
- f(a).G1 = f(a).G2 = q
- 어버이 세대(G1)의 유전자 풀 안에서 유전자 A와 a의 비율은 자식 세대(G2) 의 유전자 풀 안에서 유전자 A와 a의 비율과 같다.
- 여기서 수학적 귀납법을 사용하면, 유전자 A와 a의 비율은 몇 세대가 지나든[5] 그대로 유지된다.
- 여기선 형질 X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2개뿐이라고 가정하고 수식을 풀었지만, 사실은 형질 X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몇 개이든 상관 없이 이 법칙은 성립한다. 결국 상동염색체 상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니 n by n 매트릭스로 다 풀린다. 자세한 건 Wikipedia로.
멘델 집단 ¶
단. 이것은 "멘델 집단", 즉 다음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이상적인 집단에서만 나타난다.[6]
1. 집단의 크기가 무한대이다.
2. 집단 내에서 교배는 완전히 무작위적으로 이루어진다.
3. 외부의 다른 집단과 유전자의 출입이 없다.
4. 돌연변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5. 모든 개체는 생존율과 번식율이 동일하다.
2. 집단 내에서 교배는 완전히 무작위적으로 이루어진다.
3. 외부의 다른 집단과 유전자의 출입이 없다.
4. 돌연변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5. 모든 개체는 생존율과 번식율이 동일하다.
이는 현실에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조건이지만, 현실에서는 관찰 가능한 집단 크기의 한계에서 생기는 표본 오류가 더 크기 때문에 오차가 상쇄된다. 진화가 없다면 위 법칙에 따라 유전 정보의 비율이 유지되기 때문에 유전자 풀의 조성 변화가 곧 진화의 증거가 된다.
바꿔서 말하자면, 진화가 일어난 집단은 더 이상 하디&바인베르크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때문에 진화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적인 공식으로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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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별 거 아니다. 우성은 열성보다 우선적으로 발현된다는 말을 우성은 열성을 없애버린다는 것과 착각하지 않으면 된다. 포커칠 때 킹 원페어로 5 원페어를 이기면 5 원페어 카드를 든 사람을 죽여버리거나 5 원페어 카드를 쓰레기통에 버려버리지는 않지 않는가. 우생학적 발상이 얼마나 쉬운지를 보여주는 예. 교수마저도 얼핏 헷갈리는 상황이니.[2] 정수론을 비롯한 순수 수학만 한 수학자로, '난 지금까지 인류에게 실재적인 도움을 눈곱만큼도 주지 않고 순수한 수학만 했다'는 게 자랑이었다.
[3] 수학으로서 위대한 발견을 하겠다고 거절했다고 한다.
[4] 어떤 생물집단 속에 있는 유전정보의 총합. 소련의 생물학자 T.도브잔스키가 주창.
[5] 조금 더 수학적인 표현을 쓰면, '임의의 자연수 세대만큼을 지나도'
[6] 즉 카드갖고 사기치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는다.